[아주초대석] 오창걸 PFK 서현회계법인 재무자문 대표 "좋은 회사 줄고 자금은 넘쳐…지금이 M&A 적기"

아주경제 2025-07-17 06:45:20

오창걸 PFK 서현회계법인 재무자문 부문 대표 사진PFK 서현회계법인
오창걸 PFK 서현회계법인 재무자문 부문 대표 [사진=PFK 서현회계법인]
최근 인수·합병(M&A) 시장은 전환점을 맞고 있다. 자본은 넘치지만 인수할 만한 '좋은 기업'은 점점 줄고 있다. 거래는 활발해 보이지만 구조적으로 '딜'을 설계하고 조율할 수 있는 전문가도 많지 않다.
그런 점에서 서현회계법인의 '서현 딜R&D랩'은 주목할 만한 실험이다. 서현 딜R&D랩은 2023년 이 회사가 만든 내부 M&A 전담 조직이다. 자체 구축한 '서현-딜-데이터베이스(SDB)'를 통해 약 500개 기업의 M&A 유망 데이터를 확보한 상태다. 향후 2~3년 내 1000개 수준으로 확대하는 것이 목표다. 이 프로젝트를 총괄하는 이는 2022년 10월 서현회계법인에 합류한 오창걸 재무자문본부 대표다.
오 대표는 30년 넘게 M&A 현장을 누빈 베테랑이다. 반도체, 뷰티, 식품·제약, 온라인 비즈니스 등 다양한 산업에서 기업금융 업무를 수행해왔다. 지난 3일 서울 서현회계법인 본사에서 만난 오 대표는 "좋은 회사를 발굴하고, 그에 맞는 적절한 매수자를 연결해주는 능력이 M&A의 핵심"이라며 "고객이 원하는 기업을 찾아주거나 맞춤형 매수자를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노켐·한민내장 딜 성사시킨 신흥강자
서현회계법인은 지난해 산업용 접착제를 제조하는 이노켐과 내장재 기업 한민내장의 매각을 성공적으로 이끌었다. 두 건 모두 서현 딜 어드바이저리 본부가 기업을 직접 발굴하고 거래구조를 설계해 클로징까지 주도한 대표 사례다.
오 대표는 "이노켐은 부산 지역에서 활동하던 회계사를 통해 오너를 소개받은 회사"라며 "내부적으로 상속·증여 이슈가 있는 상황이라 매각 제안을 했는데, 오너를 설득하는 데 시간이 꽤 걸렸다"고 설명했다.
매각 의사결정에는 1년 이상이 소요됐다. 그는 "오너가 회사를 잘 운영하고 있었고, 직원 이탈도 없는 상황이었는데, 이런 경우 시간과 신뢰를 바탕으로 거래구조를 제시하고 오너를 설득하는 과정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당시 투자자들의 관심도 높았으며, DNB 컨소시엄이 최종 매수자로 결정됐다. 거래 금액은 약 800억원. 오 대표는 "가격도 매도자가 원하던 수준이었고, 인수자와의 사업 연계도 자연스럽게 이어졌다"며 "만족스러운 거래였다"고 평가했다.
한민내장도 단순 연결로 이뤄진 거래는 아니었다. 오 대표는 "처음에는 해외 투자자와 거래를 진행했으나 무산됐고, 이후 국내 투자자로 방향을 바꾸면서 JKL파트너스와 협상이 이뤄졌다"며 "기업 구조와 포지셔닝을 조정하고 밸류에이션을 새로 잡는 데 수개월이 걸렸다. 이러한 과정이 바로 딜 설계의 본질"이라고 말했다.
소프트웨어 중심 M&A가 대세
오 대표는 최근 M&A 시장의 무게중심이 '제품'에서 '시스템'으로 빠르게 옮겨가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 같은 흐름을 "하드웨어만으로는 매력이 떨어지고, 기술과 시스템이 결합된 구조를 가진 회사들이 투자자에게 더 높은 평가를 받는 시대"라고 그는 설명했다.
오 대표는 "단순히 물건만 만드는 기업은 매력이 떨어졌고 시스템이 함께 작동하는 구조를 갖춘 기업을 찾는 흐름"이라며 "기술 내재화나 브랜드 확장성이 없는 단순 제조 기업은 매각이 쉽지 않은 반면, 수출 가능성과 브랜드 확장성이 있는 기업은 투자자가 먼저 찾아오는 경우가 많다"고 분석했다.
오 대표는 뷰티 프랜차이즈 브랜드 ‘준오뷰티’ 사례를 언급하며 시장의 인식 변화도 짚었다. 그는 "미용실도 M&A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점이 꽤 인상적이었다"며 "단순 프랜차이즈가 아니라 K-뷰티 산업에서 파생된 콘텐츠이자 IP 산업처럼 인식된 것 같다"고 평가했다.
준오뷰티는 뷰티 프랜차이즈라는 포지셔닝에도 불구하고 8000억원대에 거래됐다. 그는 "커피나 치킨 프랜차이즈는 이미 사례가 많지만 뷰티 프랜차이즈가 그 정도 밸류에이션을 받은 건 시장에서 중요한 시그널이었다"고 평가했다.
서현회계법인은 최근 뷰티, 플랫폼, 소프트웨어 기업을 단순 서비스업이 아닌 콘텐츠 기반 IP 산업군으로 재분류하고, 브랜드 가치와 기술 융합 가능성을 중심으로 신규 딜 전략을 수립하고 있다. 딜 R&D랩이 구축한 '서현-딜-데이터베이스(SDB)'에도 기술이 접목된 기업들이 우선적으로 정리돼 있다. 상장 여부나 제조 능력보다 성장성, 브랜드 확장성, IP 보유 여부가 기업 선별의 핵심 기준으로 작동하고 있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기업은 줄고, 자본은 넘친다
오 대표는 최근 M&A 시장을 "자금은 많고, 좋은 기업은 부족한 시장"이라고 진단했다. 경기가 둔화되고 기업 실적도 흔들리고 있지만, 매도자에게는 유리한 환경이 형성돼 있다는 설명이다.
국내 PE 산업이 20년을 넘어서며 자본시장 전반의 역량도 커졌고, 투자자는 오히려 인수 대상이 부족한 상황에 놓여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자본시장은 20년 전과 완전히 달라졌다"며 "과거에는 매수자가 없어서 거래가 어려웠다면 지금은 매수자가 많고 적절한 매물만 있으면 거래는 자연스럽게 성사된다"고 설명했다.
'평균 30세' 젊은 시각으로 '빅4' 도약
서현 딜 어드바이저리 본부의 평균 연령은 약 30세다. 오 대표는 이 '젊은 팀'의 시각과 실행력이 서현의 전략에 큰 변화를 주고 있다고 말했다.
오 대표는 "예전처럼 삼일회계법인에 계속 있었다면, 지금도 화장품이나 중후장대 산업 중심의 거래만 보고 있었을 것"이라며 "지금처럼 하이테크 산업을 전략적으로 다루게 된 건 젊은 팀원들 덕분"이라고 말했다.
특히 미국 MBA 출신 구성원들이 소프트웨어 기반 산업, 플랫폼, 콘텐츠 산업에 대한 인사이트를 제시하며, 서현의 포트폴리오 전략에 실질적인 전환점을 만들어냈다.
오 대표는 "그들(팀원)이 제안하고 제가 그것을 구조화해 딜로 만든 것"이라며 "아이디어에서 실행으로 이어지는 구조가 중요한 시대"라고 강조했다.
이런 구조는 서현의 인재 철학과도 맞닿아 있다. 오 대표는 "조직은 더 이상 명령에서 수행으로 이어지는 것이 아닌, 아이디어에서 실행으로 작동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좋은 인재를 지속적으로 영입해 실력과 보상 면에서 최고 수준인 'BIG4' 회계법인을 만들겠다"며 "브랜드보다 실력으로 평가받는 회계법인을 지향해, 실력과 성과 중심의 '굿(GOOD)4' 조직이 되는 게 더 본질적인 목표"라고 포부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