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L "여천NCC 정상화 제대로 실행"...한화 도덕적 해이 지적도

아주경제 2025-08-11 16:18:39

전남 여수 평여동에 있는 여천NCC 제1사업장 사진여천NCC
전남 여수 평여동에 있는 여천NCC 제1사업장 [사진=여천NCC]
DL케미칼은 11일 긴급 이사회를 열고 약 2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승인했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DL㈜도 이사회를 열고 DL케미칼에 대한 1778억원 규모의 유상증자 참여를 승인했다.
증자 자금 상당수는 여천NCC에 투입될 것으로 보인다. 앞서 한화솔루션은 지난달 말 이사회에서 1500억원 규모의 자금 대여를 승인한 바 있다. 여천NCC는 한화솔루션과 DL케미칼이 공동 출자해 출범시킨 회사다. 최근 워크아웃 우려가 증폭돼 3000억원 가량의 자금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디폴트(채무불이행)에 직면할 수 있는 위기에 놓였다.
이날 DL은 "여천NCC의 대주주로서 책임경영을 실천하고 여천NCC의 제대로 된 정상화와 경쟁력 확보를 위해서 최선을 다하겠다"는 뜻을 전했다. DL케미칼도 "한화와 공동으로 운영하고 있는 태스크포스팀(TFT)을 통해 여천NCC에 대한 경영상황을 꼼꼼히 분석한 뒤에 실질적인 경쟁력 강화 방안과 제대로 된 자생력 확보 방안을 도출해 실행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DL은 여천NCC의 자금 지원과 별개로 부실 문제에 대한 근본적인 원인 분석과 이에 따른 해결방안 마련이 가장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DL은 "책임 있는 주주라면 회사의 부실문제를 미봉책으로 방치하기 보다는 해법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며 "아무런 설명과 원인 분석 없이 증자만 남발하는 것은 여천NCC의 정상화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다는 것이다. 무작정 자금만 투입하는 것이야 말로 책임경영을 외면하는 것"이라고 했다.
DL은 한화그룹과 여천NCC 자금 지원을 놓고 갈등을 빚고 있다. 올해 초 DL그룹은 여천NCC의 시황 악화를 고려해 한화그룹과 함께 각각 1000억원 증자를 했는데, 3개월이 지나자마자 여천NCC가 1500억원 증자 또는 대여를 추가로 요청해 근본적인 해결책을 위해 추가 지원보단 원인 파악에 집중했다는 설명이다.
DL은 "올 초 여천NCC에 자금 지원할 당시 '3월 증자가 진행되면 연말까지 현금흐름 상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보고를 받았지만 불과 3개월이 지난 시점에 상세한 설명 없이 양 주주사에 1000억원의 이상의 증자, 지급보증 또는 대여를 요청해 왔다"면서 "당시 보고는 거짓이었거나 아니면 경영 부실이 그만큼 심각하게 방치된 것이었다는 결론인데 어느 쪽이든 주주와 시장을 기만한 행위"라고 말했다.
이에 DL은 "여천NCC에 대한 정확한 경영상황 판단도 없이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돈을 지원한다는 것이 주주와 경영진으로서 올바른 판단인지 의문"이라며 "한화 측의 주장과 같이 아무런 원인 분석 없이 증자만 반복하는 것은 여천NCC 경쟁력에 해악을 끼치는 '묻지마 지원'이며, 이는 공동 대주주로서 무책임한 모럴 해저드(도덕적 해이)"라고 꼬집었다.
DL은 한화가 여천NCC의 에틸렌 가격에 하한선을 두지 않고 싸게 책정하려는 움직임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DL은 "여천NCC의 자생력 확보와 직결되는 가장 핵심적인 문제인 원료가 공급계약에 관해 한화는 자사 이익 극대화만 주장하고 있다"며 "자사는 에틸렌 가격 경쟁력을 강화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판단하에 여천NCC 원료가 갱신계약에 최소 변동비 부분이 확보되는 방향으로 협상을 하고 있지만 가격 하한을 없애자는 한화의 입장이 고수되면서 가격협상이 교착상태에 빠져 있다"고 했다.
DL은 여천NCC가 가격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단가로 에틸렌을 거래했지만 한화는 여천NCC가 손해볼 수 밖에 없는 가격만을 고수하는 등 자사에게 유리한 조건만 고집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DL은 "심지어 한화는 올 초부터 대주주로서의 의무를 망각하고 여천NCC 외 다른 석유화학회사로부터 에틸렌을 구매하기 위해 접촉하고 있다"며 "공동 TFT에서 여천NCC에 대한 합당한 지원책을 도출하는 대신 파트너사를 압박하는 언론 플레이가 과연 여천NCC의 발전에 도움이 되는지 의문"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