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국내 상장사 정기 주주총회 시즌이 이번 주부터 본격적인 막을 올린다. 삼성전자와 현대차그룹 등 주요 대기업들이 잇달아 주총을 열고 올해 기업 전략과 주주환원 정책, 지배구조 개편 등을 내놓는다.
특히 소수 주주 권한을 강화한 개정 상법 시행을 앞두고 주요 기업들의 경영권 방어막 구축 전략이 핵심 관전 포인트로 떠오르고 있다.
15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결산 상장법인 가운데 3월 셋째 주(16~22일)에 정기 주주총회를 개최하는 기업은 총 211개로 집계됐다. 유가증권시장 삼성전자·현대모비스 등 102개, 코스닥시장 107개, 코넥스시장 2개로 주요 기업 주총이 한 주에 몰리는, 이른바 '주총 슈퍼위크'가 펼쳐진다.
가장 주목받는 기업은 삼성전자다. 삼성전자는 18일 수원컨벤션센터에서 제57기 정기 주총을 열고 재무제표 승인과 이사 보수한도 선임, 정관 일부 변경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 올해 주총 의장을 맡게 된 전영현 삼성전자 대표이사 부회장(DS부문장)이 안건과 향후 사업전략을 설명하는 등 주주들과 소통에 나선다. 반도체 업황 반등 후 처음 열리는 주총인 만큼 AI 반도체와 파운드리 투자 전략, 주주환원 정책 등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을 공유할 것으로 보인다.
같은 날 엘리에나호텔에서 열리는 삼성SDI 주총도 주주들 관심이 뜨겁다. 삼성SDI는 이번 주총에서 오재균 경영지원담당 부사장(CFO)을 사내이사로 선임하는 안건을 상정했다. 회사는 최근 삼성디스플레이 보유 지분 15.2%에 대한 매각 추진 계획을 이사회에 보고했다. 해당 지분 장부가액은 10조6807억원(지난해 3분기 기준)이다. 투자 재원과 재무건전성을 확보하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아직 거래 상대와 구체적인 매각 조건이 확정되지 않은 만큼 이날 주총에서 관련 질문이 쏟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차그룹 역시 주요 계열사 주총을 통해 미래 사업 전략을 공유한다. 특히 이사회 개편을 통해 자율주행 기술과 소프트웨어 중심 자동차(SDV) 전략, 글로벌 생산 체계 강화 등을 꾀하겠다는 전략이다. 17일 현대모비스를 시작으로, 20일 기아, 26일 현대자동차 등이 정기주총을 개최한다. 현대모비스 주총에서는 사내이사로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을 재선임하고, 성낙섭 현대모비스 FTCI 담당(전무)을 신규 선임하는 안건을 논의한다.
현대차는 이번 주총에서 사업 목적에 '자동차 대여사업'을 추가하는 안건을 의결한다. 기존 단기렌털을 포함해 차량 대여 사업을 본격적으로 확장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회사는 2019년부터 현대차, 제네시스 차량을 월 단위로 구독하는 '현대 제네시스 셀렉션'을 운영하고 있다. 현재 구독 가능한 자총은 팰리세이드, 스타리아, 아이오닉6, 아반떼N, 넥쏘 등 10종 이내고 서비스 지역도 서울·경기·인천과 부산에 국한돼 있다. 사업이 확장되면 차종과 지역 확대는 물론 요금 인하 가능성도 점쳐진다.
이런 가운데 올해 주총은 최근 상법 개정에 따른 기업들의 경영권 방어 전략이 핵심 의제로 꼽힌다. 삼성전자 등 주요 기업들이 이사 임기 변경을 담은 정관 개정안과 이사회 인원 축소 등 안건을 상정하면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삼성전자·삼성SDS 등은 기존 '3년'인 이사 임기를 '3년 이내'로 하는 정관 변경 내용 안건을 주총에 상정한다. 이는 상법 개정으로 오는 9월부터 의무가 되는 '집중투표제'에 대비하기 위한 것이란 해석이 지배적이다. 집중투표제는 주주들에게 이사 후보 수만큼 투표권을 부여해 특정 후보에게 의결권을 집중할 수 있는 제도로, 이사회에 대한 소액 주주 영향력을 강화하는 장치다.
하지만 이사 임기 변경 안건이 통과되면 집중투표제로 선임되는 주주 측 이사 임기를 기존 3년보다 짧게 설정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해당 안건이 '시차 임기제'를 사용하기 위한 준비로도 해석된다. 이사들 임기를 1~3년으로 섞으면 임기 만료 시점을 분산시켜 한 주총에서 선임하는 이사 수를 최소화할 수 있다. 이사를 한꺼번에 여러 명 선임할 때 소액주주들에게 유리한 집중투표제를 무력화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와 함께 선임하는 이사 수도 줄이는 추세다. 이사회 규모가 작을수록 주주 제안을 통해 다수 이사를 선임하는 시도를 막을 수 있는 가능성이 높아진다. HS효성은 이사회 정원을 기존 16명에서 7명으로 대폭 줄이고, 한화갤러리아도 기존 13명에서 7명으로 축소할 예정이다. 삼성물산과 삼성E&A도 이사를 각 1명씩 줄이기로 했다.
올해 주총의 또 다른 특징은 주주환원 정책 확대다. 정부의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과 기관투자자 요구가 맞물리면서 배당 확대와 자사주 소각 등 주주친화 정책을 강화하는 기업들이 늘고 있다. 특히 삼성전자는 올해 주총에서 '특별배당' 여부에 괌심이 쏠리고 있다. 2015년부터 3년 동안 발생한 잉여현금흐름 50%를 주주에게 돌려주는 주주환원 정책을 운영해왔다. 잉여현금흐름 60조원 이상인 현금에 대한 특별주주환원이 가능하고, 삼성전자 주당 배당금이 8110원 수준까지 늘어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