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광산업이 롯데홈쇼핑 대표이사 해임 추진을 위한 임시 주주총회를 소집하며 롯데그룹과 태광그룹 간 갈등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업계에서는 이번 임시주주총회 소집 요구가 단순 경영권 분쟁을 넘어 법적 대응으로 이어질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롯데홈쇼핑(법인명 우리홈쇼핑) 2대 주주인 태광산업은 김재겸 롯데홈쇼핑 대표이사의 해임 안건을 논의하기 위한 임시주주총회 소집을 청구했다고 17일 밝혔다. 롯데홈쇼핑 이사회에서 내부거래 승인 안건이 부결됐음에도 롯데그룹 계열사와의 대규모 내부거래를 계속하고 있으며, 이는 상법과 회사 정관을 위반한 명백한 위법행위라는 이유에서다.
앞서 롯데홈쇼핑은 지난 13일 정기 주주총회를 열고 이사회 구성을 기존 롯데 측 5명, 태광 측 4명에서 각각 6명과 3명으로 변경하고 김 대표를 사내이사로 재선임했다. 태광산업은 롯데홈쇼핑이 이사회 승인 없이 롯데그룹 계열사와의 내부거래를 지속해 상법과 회사 정관을 위반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태광산업에 따르면 롯데홈쇼핑은 지난 1월 14일 열린 제215회 이사회에서 롯데 계열사와의 내부거래 승인을 안건으로 상정했다. 해당 거래 규모는 약 385억원 수준이다.
태광산업은 이러한 행위가 상법 398조와 우리홈쇼핑 정관 38조에서 정한 내부거래에 관한 규정을 정면으로 위반하는 행위에 해당하고, 위법 행위의 당사자이자 책임자인 김재겸 대표를 해임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태광산업은 향후 롯데홈쇼핑이 임시주총을 소집하지 않거나 대표이사 해임안이 부결될 경우, 불법행위에 대한 책임을 물어 법원에 해임을 청구할 계획이다.
상법 제385조 2항에 따르면, 이사가 직무와 관련해 부정행위를 하거나 법령·정관을 중대하게 위반했음에도 주주총회에서 해임이 부결될 경우, 발행주식의 3% 이상을 보유한 주주는 총회 결의일로부터 1개월 내 법원에 해임을 청구할 수 있다.
태광산업 관계자는 "롯데홈쇼핑은 금전대여, 내부거래, 일감몰아주기 등 다양한 수법으로 다른 계열사들을 지원하고 있다"며 "이 때문에 롯데홈쇼핑의 실적은 점점 악화되고 기업가치는 떨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업계에서는 이번 임시주총에서 해임안이 실제 통과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롯데가 롯데홈쇼핑 지분을 절반 이상 쥐고 있는 만큼 이사 해임에 필요한 과반 이상 찬성을 얻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소액주주 지분 역시 제한적인 수준에 그쳐 표 대결에서 판세를 뒤집기는 어렵다. 이 때문에 태광산업의 이번 조치는 실제 해임보다는 향후 법적 대응을 염두에 둔 수순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양측의 갈등은 20년 가까이 이어져 온 장기전이다. 태광그룹은 2006년 케이블TV 사업자 티브로드와의 시너지를 기대하며 우리홈쇼핑 지분 45%를 확보했지만, 같은 해 롯데쇼핑이 약 53% 지분을 취득하며 최대주주로 올라서면서 경영권 확보에 실패했다.
태광 측은 이후 방송통신위원회를 상대로 최다액출자자 승인 취소 소송을 제기하며 반발했지만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후에도 양측은 주요 경영 사안마다 충돌을 이어왔다. 태광산업은 2023년 양평동 사옥 매입 관련 승인 효력정지 가처분을 신청하고, 계열사 부당 지원 의혹을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하는 등 견제를 지속해왔다. 최근에는 롯데 브랜드 사용 계약 해지를 요구하는 등 갈등의 수위를 높여왔다.
현재 지분 구조는 롯데 약 53%, 태광산업 약 45%로 양측이 팽팽하게 맞서는 형태다. 그러나 이사회 구성이 6대3으로 바뀌면서 3분의 2 이상 찬성이 필요한 특별결의도 롯데 측 단독 의결이 가능한 구조가 됐다. 이로 인해 주요 의사결정에서 태광 측 영향력도 크게 제한된 상태다.
한 업계 관계자는 "태광은 단순히 경영진 교체를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내부거래 관행과 이사회 구조 전반에 대한 견제에 나선 것"이라며 "향후 법적 분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사태와 관련해 롯데홈쇼핑 측은 "회사에 피해가 없도록 정해진 법과 규정에 따라 처리할 예정"이라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