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거래소가 3월 말 결산 배당금으로 역대 최대 규모인 1288억원을 책정했다. 지난해 55%가 넘는 순이익 성장세를 바탕으로, 600억원대에 머물던 결산 배당 규모를 1년 만에 2배 가까이 늘렸다. 이에 따라 증권사 등 거래소 주요 주주들은 수십억원의 배당 수익을 받을 수 있을 전망이다.
이번 거래소의 '역대급' 배당 확대는 주주환원을 확대하는 정부 기조에 맞추려는 의미와 함께 거래시간 연장의 핵심 파트너인 증권사와의 '상생'을 위한 것이란 분석이다.
1년 새 배당 2배 늘린다
2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거래소는 오는 31일 정기 주주총회에서 1288억5133만1429원 규모의 2025 회계연도 결산 배당금 안건을 확정한다. 전년(2024 회계연도) 결산 배당금인 686억7614만원 대비 무려 87.6% 폭증한 수치다.
거래소가 이처럼 '배당 보따리'를 크게 푼 배경에는 역대급 실적이 있다. 지난해 거래소는 영업이익 3014억원을 올렸다. 여기에 자금 운용 등으로 벌어들인 금융수익이 4967억원에 달하며 본업인 수수료 수익을 크게 앞질렀다.
이 같은 투자 대박에 힘입어 2025년 영업수익은 7998억원으로 전년 대비 20.3% 증가했다. 당기순이익 증가율도 전년 마이너스(-13.8%) 성장을 딛고 1년 만에 55.5% 수직 상승하며 사상 최대 실적을 갈아치웠다.
수익의 질적 측면에서도 거래소의 자금 운용이 빛을 발했다는 평가다. 거래소의 금융수익은 2022년 1424억원에서 2023년 2850억원으로 뛴 데 이어, 2025년에는 4967억원을 기록했다. 3년 만에 금융수익 규모가 3.5배나 커진 것이다. 이는 과거 저점에서 조성한 '밸류업 펀드'와 증거금 운용 수익 등이 극대화된 결과다.
증권사 등 주요주주 수십억대 배당
이번 역대급 배당의 최대 수혜자는 거래소 지분을 나눠 가진 국내 주요 증권사들과 유관기관들이다. 최대주주인 KB증권(6.42%)을 비롯해 메리츠증권(5.83%), NH투자증권(5.45%), 한화투자증권(5%) 등이 주요 주주 명부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이번 주총 안건인 결산 배당금 1288억원이 확정될 경우 주당 결산 배당금(DPS)은 6697원에 달한다. 여기에 이미 지급된 중간 배당금까지 합산하면 주주들이 받는 연간 총 주당 배당금은 사상 처음으로 1만원 시대를 열 가능성이 높다.
지분율에 맞춰 KB증권은 86억154만원의 현금을 결산 배당으로 수령하게 된다. 이어 메리츠증권이 78억870만원, NH투자증권이 72억9973만원, 한화투자증권이 66억9700만원 수준의 결산 배당금을 수령할 전망이다.
외국계 금융사와 유관기관들의 수익도 짭짤하다. 한국증권금융(4.12%)은 55억1832만원, 제이피모간증권 서울지점(3.23%)은 43억2626만원,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3.03%)은 40억5838만원의 결산 배당금을 가져간다. 이어 씨티그룹글로벌마켓증권(2.89%)이 38억7086만원, 한국금융투자협회(2.05%)가 27억4577만원을 각각 수령한다.
75만9843주의 자기주식을 보유한 거래소는 해당 보유분에 대한 배당을 실시하지 않기로 했다. 우리사주조합(0.89%)에는 11억9206만원의 배당금이 돌아간다.
주주환원 제고+거래시간 연장 '상생'
거래소가 대규모 배당을 하는 건 주주환원 확대 등 정부의 자본시장 활성화 정책을 적극 실천하려는 의지의 반영이다. 또한, 올해 9월부터 추진하는 거래시간 연장과 관련해, 주요 파트너사들인 증권사들의 비용 부담을 이번 결산 배당으로 일부나마 지원하려는 의도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종의 '상생 보상'을 하는 것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올해 거래시간 연장 추진에 따른 인프라 비용 부담을 호소해온 증권사들에게 거래소가 투자 수익을 환원해주면서 실질적인 '상생 보상'이 이뤄지게 됐다"고 전했다.
거래소 관계자는 "올해 배당 정책은 예년 기조와 크게 다르지 않다"며 "주총 이후 감사보고서 등을 통해 세부 내용을 공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