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향후 2~3주간 대이란 추가 공습을 예고하면서 석유화학 업계의 불확실성이 최고조에 이르렀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러시아에 이어 중동산 원자재 수급 길이 막힌 상황에서 최악에는 오는 6월 나프타 고갈로 공장 가동이 멈출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2일 업계에 따르면 중동 전쟁이 장기화하면서 비닐, 플라스틱, 타이어 등 석화 제품의 기초 원료인 나프타 공급난이 점점 심화하는 모습이다.
나프타에서 석화 제품의 원재료인 에틸렌·프로필렌·부타디엔 등을 정제하는 국내 주요 석화 업체들은 중국·싱가포르 등에서 스폿(단발)성 나프타를 수급하며 공장 가동률 유지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국내 1위 석화 업체인 LG화학이 최근 미국이 임시로 제재를 풀어준 2만7000t 상당의 러시아산 나프타를 확보한 것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다만 단발성 물량으로 아랍에미리트(UAE), 카타르, 쿠웨이트 등 중동산 나프타의 빈자리를 메우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게 전문가들 평가다. 김동춘 LG화학 대표도 지난달 31일 임시주총에서 "러시아산 나프타 추가 구입은 어렵다"며 "나프타 수급이 원활한 상태가 아니다"고 말했다.
앞서 석화 업체들은 전쟁이 조기 종식될 것이란 기대 아래 공장 가동률을 최소치인 60%대로 유지하고 나프타 비축분도 2주에서 4주로 확대하며 버티기에 들어갔다.
LG화학은 지난달 23일부터 여수2공장의 가동을 중단하고 여수1공장과 대산공장의 가동률을 하향조정했다. 롯데케미칼은 여수공장의 정기보수를 3주가량 앞당겨 지난달 27일부터 시작했고 대산공장과 타이탄(말레이시아), LCI(인도네시아) 가동률도 낮췄다.
한화솔루션과 DL케미칼의 합작사인 여천NCC는 지난해 8월 3공장을 정지했고 최근 1·2공장 가동률도 하향 조정했다. HD현대케미칼과 SK지오센트릭도 각각 대산공장과 울산공장의 가동률을 선별적으로 조정한 상황이다.
이러한 자구책으로 NCC만 보유한 업체는 최소 4월 말에서 최대 5월 말까지, 정유-NCC 연계 업체는 6월까지는 공장을 운영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 발언으로 전쟁이 최소 3주 이상 지속될 공산이 커지면서 스텝이 꼬였다. 당장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풀리더라도 나프타가 도착하기까지는 한 달가량 시간이 필요한 만큼 3주 후 전쟁이 끝나도 6월은 돼야 중동산 나프타가 국내에 풀린다는 계산이다.
전쟁이 더 장기화하면 공장 가동률은 결국 50% 이하로 떨어질 수밖에 없다. 가동률 50% 미만이면 안전·경제적 이유로 라인을 멈춰야 한다. 이 경우 시장에 에틸렌·프로필렌 공급이 끊기면서 포장재 대란이 일어날 가능성이 점쳐진다.
원자재 수급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동아시아 지역 에틸렌 가격이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음에도 업체들은 어려움을 토로하고 있다. 현재 석화 업체들의 수익성 지표인 나프타-에틸렌 정제마진(스프레드)은 계약가 기준 700달러, 단발가 기준 250달러 내외로 알려졌다. 일반적으로 정제마진이 250달러를 넘으면 흑자를 내는 것으로 본다.